입력 : 2012.07.16 03:18
[경제 톱10 대한민국 안보현안 족쇄 풀자] 미사일 지침 [1]
미사일 사거리 연장 협상하는 것 자체가 부당
33년전 美 '개발제한' 요구, 당시 盧국방 OK답신
경제규모 38배로 큰 지금까지 적용하는 건 문제
미국은 위컴 명의의 서한에서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은 사거리 180㎞ 이내, 탄두 중량 50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 지미 카터 미 행정부는 1978년 우리가 첫 국산 탄도미사일인 '백곰'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제한하기로 했다.
노 장관은 결국 미국의 요구대로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은 결코 사거리 180㎞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답장을 보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한 외교관은 "정치·경제·군사적인 측면에서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1970년대 말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1970년대 초부터 '자주국방'을 내걸고 자체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지만 미국으로부터 핵심 부품과 기술을 제공받지 않으면 미사일 개발을 완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노 장관이 쓴 이 서한은 이후 33년 동안 '한미 미사일 지침'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01년 1차 개정에 의해 사거리가 300㎞로 늘어났지만 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국들은 사거리 수천㎞의 장거리 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도 사거리 1300㎞의 노동미사일을 실전 배치했고, 10년 넘게 대포동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노재현-위컴' 서한이 교환된 1979년의 국내총생산(명목 GDP)은 32조원에 불과했다. 카터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주한미군의 감축계획의 여파로 나라 전체가 '안보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이 1237조원으로, 1979년에 비해 38배 성장했다. 수출도 같은 기간에 150억달러에서 5552억달러로 37배 올랐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보유한 나라로 발돋움했고, 미국·유럽연합(EU) 등과 대등한 위치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33년 전의 '지침'을 2012년에도 적용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이 선진국 수준의 미사일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 일일이 미국의 허가를 받는 것은 현재의 한국의 국가적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미는 작년 1월 시작된 협상에서 19개월째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현행 300㎞에서 얼마로 늘릴 것인가 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정부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국이 모두 ICBM 능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한국만 300㎞에 묶여 있는 것을 더 이상 우리 국민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이런 상황을 빨리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