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성/세종연구소 소장
지난 10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는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신(新)남북관계 구상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천명했다. 여야 대통령 후보들 중 현재
국민의 지지도가 가장 앞서 있는 박 후보의 신남북관계 구상은 우리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까지 비상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다.
박 후보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 간의 불신과 대결, 불확실성의 악순환을 끊고 신뢰와 평화의 새로운 한반도를 향한 첫걸음을 시작하기 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갈 것이며, 그동안 남북 간,
국제사회와 맺은 합의 등에 대해 우선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고(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노무현 전 정부 때의 6·15 및 10·4선언 등 포함), 핵 문제 때문에 모든 게
스톱되는 게 아니라, 다른 분야는 협력할 수 있도록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하며,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이 변해도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박 후보의 신남북관계 구상이 북한에 악용당하지 않고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다음 사항들을 유념하고 추진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실체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구해야 한다. 신뢰 구축이란 쌍방 중 어느 일방만 노력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쌍방 모두가 함께 정직하고 성실한 행동을 하면서 노력해야만 이뤄지는 작품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신뢰 구축을 꿈도 꾸지 않고 갖은 수법을
동원 사술·사기·합의한 내용을 밥 먹듯 번복,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협박 등을 일삼으면 다른 쪽이 아무리 신뢰 구축을 위한 각종 노력들을 기울이더라도 결코 진정한 신뢰 구축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난 60여년 남북분단사에서 한국의 역대 지도자 모두는
남북한 간의 신뢰 구축을 시도했었다. 김대중 정부 및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자존심을 손상케 하는 종북적(從北的)인
태도까지 취하면서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했었다. 그러나 남북한 간에 진정한 신뢰 구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근본 실패 원인은 북한 실체의 진정한
속성을 분석하지도 않고 그저 신뢰만을 추구한 데 있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다음으로, 북한이 김·노 정부의 햇볕·포용 정책을 어떻게 악용했는지를 면밀히 분석한 후 그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이 프로세스를 추구해야만 한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추진했던 햇볕정책은 ‘남북한 교류·협력 증대→남북한 신뢰 구축→남북한 평화체제 구축→
통일’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리고 김·노 정부는 이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었다. 그러나 북한은 진정한 남북한 신뢰 구축을 위해 함께 노력했다기보다 때로는 사술, 때로는 강박행위를 계속하면서 경제적인
실리 추구 및 한국 내 연방제통일
문화 확산 등을 위해 한국의 대북정책을 철저히 악용했다. 따라서 북한은 집요하게 포용정책을 추구한 김·노 정부와도 진정한 신뢰 구축을 이룩할 수 없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객관적 공·과(功過)를 분명히 분석한 뒤에 그 교훈을 바탕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정책을 제시해 놓고 사실상 공개적 또는 비공개적으로 북한과 수많은 화해·교류·협력 노력을
경주했다. 이 정부와 북한 정권의 신뢰가 구축되지 못한 근본 원인은 이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했기 때문이 아니라 김·노 정부의 종북적인 대북정책 수준을 요구하는 북한의 오만 방자(傲慢放恣)한 태도 때문이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교훈을 잊고 햇볕정책으로 회귀(回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안보 포퓰리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