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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중령 공군본부 전략기획과 |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기상도는 흐리다 못해 장마가 다시 왔나 싶을 정도다. 일본이 독도문제로 한일관계의 뇌관을 건드리는가 하면, 중국 또한 이어도 문제로 우리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 또 중일 간에는 조어도 문제로 서로에게 날을 세우고 있다. 요컨대 최근 주변국들의 우격다짐식 영유권 주장으로 한국이 숨 쉴 수 있는 자율공간이 점차 조여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어디 오늘만의 일이겠는가. 구한말이나 현대사를 거치는 동안 주변국들의 강압에 약소국으로서 느끼는 우리의 비애는 너무나 분통했다. 현재 우리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리에 개최한 문화강국으로 성장했지만, 세계적 강대국 반열에 있는 주변국들에 비하면 아직도 ‘상대적 약소국’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약소국은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흔히 당구공에 비유된다. 즉, 자신의 의도대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강대국이 조종하는 당구공에 부딪쳐 이리저리 굴러갈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40년간 발생한 분쟁자료들을 분석해보면 약소국이 피동적인 운명을 극복하고 강대국에 승리한 경우가 55%에 이른다는 사실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소위 꼬리가 머리를 무는 Wag the Dog 현상이 점증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약소국 혹은 중견국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변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함의를 주고 있다.
첫째, 동아시아 지역에서 갈등구조가 나타나면 그 일차적 피해자는 한반도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우호적 환경 조성을 위해 각국 간 이익의 갈등 시 ‘중재자’와 같은 건설적 역할을 자임할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원하지 않는 대립적 국면으로 치닫는 경우에 대비한 안전판 마련도 요구된다. 한미동맹의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둘째, 국가의 정책결정 이후에 나타나는 국민들의 무분별한 의견들은 타 국가와의 분쟁이나 협상 시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약소국이 승리한 원인들을 종합해 보면 전쟁수행 기간 동안 약소국은 국가에 완전한 정책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힘을 집중시킨 반면, 강대국은 자국민들 및 타 강대국들과의 의견조율로 힘을 집중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셋째, 외교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군사력을 구비해야만 한다. 특히 주변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 군사력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 지체할 시간이 없다.
현실적 이익과 민족주의의 인식적 틀 속에 포박돼 싸움닭과 같이 행동하고 있는 주변국들의 주장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당구공 내의 재질을 보다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 클라우제비츠의 ‘국가, 국민, 군대의 삼위일체가 전승의 요체’라는 주장은 21세기 우리에게도 적용돼야 하는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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