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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5일 ‘미사일지침’을 개정해 공식 발표했다. 이 중 공격용 탄도미사일은 사거리를 300㎞에서 800㎞로 확장하고 탄두는 사거리 800㎞ 내에서 500∼1000㎏까지 탑재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갖게 해 군사전략상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평시에는 전쟁 억제 수단으로, 전시에는 전폭기와 함께 결정적인 전략적 우세를 획득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탄도미사일은 북한과 같이 국지 도발을 일삼는 호전 세력의 군사, 정치적 표적에 점표적 타격(Pin-Point Attack)을 할 수 있어 평시에는 테러 의지를 꺾고, 전시에는 필패할 것이라는 메시지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여러 국가가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이번 미사일지침 개선 합의를 가장 반기는 측은 아마 정치가도 외교관도 군사이론가도 아닌 국방부와 관련 전투부대 지휘관일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88올림픽을 무산시키려는 KAL기 폭파 등 테러에 응징 보복할 수 있는 적절한 무기를 갖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확전은 예방하면서 매서운 응징을 할 수 있는 마땅한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군은 지대공 방공무기인 나이키 미사일이 부차적 기능으로 지대지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사거리가 180㎞인 점에 착안해 80년대 초 이를 전방으로 추진 배치해 놓고 응징보복태세를 유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군 지휘관들은 인마(사람과 차량) 살상용 폭탄으로 견고한 전략 표적을 타격해야 하는 상황에서 효과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응징 보복은 파장 효과가 큰 표적을 선정해 예상치 못한 시간에 기민하고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짧은 사거리, 미흡한 위력, 노출된 작동 등으로 보복 효과가 의문시되는 무기라서 군 지휘관들의 심적 고충은 말이 아니었다.
이러한 현실에 놓인 군은 확실한 응징 수단의 획득을 강력히 요청했고 정부는 70년대부터 탄도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다. 그 산물이 현무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80년대 후반 작전배치됐다. 그러나 한미 간의 미사일지침이라는 협약으로 사거리가 180㎞ 이하로 제한돼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이는 6ㆍ25전쟁 이후 남북 군사적 충돌 재발 방지를 위해 북한 자극을 될 수 있는 한 자제해야 한다는 미국의 정책과 평시 한미 군사동맹의 원활한 협조체제 유지로 유사시에는 긴밀한 지원을 이끌어 낸다는 우리의 의도가 융합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표적 선택의 제한과 생존성이 취약한 전방 배치라는 전술적 취약점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제는 북이 핵무기 개발과 중ㆍ단거리 탄도미사일 1000여 기를 작전 배치한 상황에 맞서 사거리를 800㎞로 확장하고 정밀도와 파괴력을 높여 원활한 전술, 전략적 운용이 가능케 됐다. 정부는 확장된 사거리에 맞는 정밀하고 확실한 파괴력을 갖춘 제2세대 탄도미사일 개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주도면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국민과 정부는 평소에 군이 싸워 이길 수 있는 무기의 구비와 이를 최적의 상태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고 유사시에는 목숨을 담보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
김 규 (예)공군소장 성우회 안보평론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