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호/前 공군참모총장지난 22일 합동참모회의에서 차기전투기(F-X)의 작전요구성능(ROC)을 결정함으로써 사실상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F-35A’가 F-X로 확정됐다. 2007년 공군은 스텔스 기능을 포함한 ROC를 제안했으나 관계 기관은 경쟁을 유도한다는 명분 아래 스텔스 기능을 제외시켰고, 그 결과 3개 기종(機種)이 경합한 이
사업은 난항 끝에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었다. 이제 방위사업청이나 국방부는 이번 사업 경과를 교훈으로 향후 사업 추진 전략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번 기종 결정으로 대북(對北) 억제력을 확보하고 주변국과의 군사력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여론이 우세하지만 우려들도 나오고 있다. 단일 후보 기종이기 때문에 가격 협상에서 불리하고 기술 이전에 많은 제약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게 대표적인 지적이다. 그러나 2012년 7월, 3개 업체의 제안서가 접수된 후 가격과 기술 이전 등에 대한 협상이 계속됐고 여러 차례의 가격 입찰을 거쳐 가계약까지 체결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이미 경쟁을 통한 효과는 확보된 셈이다.
또한 F-35의 경우 한·미 양국 정부가 거래하는 대외군사
판매(FMS) 방식이라 기술 이전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각사(各社)와 이미 기술 이전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고, 핵심 군사기술 이전은 일반 계약인 경우에도 정부가 통제하기 때문에 사업 방식이 기술 이전의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F-X가 2018년부터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2019년부터 공군은 전력
유지 목표인 430대(臺)에 훨씬 못 미치는 300 수십 대의 전력밖에 유지할 수 없게 된다. 130대 가까운 전력 공백을 어떻게 최소화하고 최단기간 내에 회복할 것이냐 하는 점이 군의 핵심 과제인 것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내년 예산에 F-X 사업 예산을 반영하고 각종 행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더 이상 지체 없이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일이다.
그러나 F-X 사업만으로 공군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KF-X 사업은 2002년에 소요가 결정된 이후 타당성 검토만 다섯 번이나 하면서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2011~2012년에는 550여억 원의 예산으로 탐색개발을 완료해 KF-X의 국내 생산이 가능하고 경제성도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었음에도 체계 개발에 착수하지 못하고 여섯 번째 타당성 검토가 진행중이다.
공군의 작전요구만 따진다면 전투기가 필요한 것이지 꼭 한국형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간의 전력
운영 경험에 따르면 외국산 항공기의 경우 정비와 성능 개량 등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국산 항공기인 KT-1과 T-50은 훨씬 낮은 가격으로 이런 문제들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군은 KF-X 사업 추진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KF-X 개발은 기술 파급과 고용 창출 효과가 엄청나며 수출 전망도 매우 밝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도 경제 부처나 산업 관련 부처들은 이 사업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국방부조차 책임 회피성 타당성 검토만 6번째 진행시키고 있다. 예산을 얼마나 아낄 것인지 궁리만 하다가 아무리 큰 예산을 퍼부어도 해결할 수 없는 난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 체계 개발에 착수하고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된다 해도 2022년쯤에야 생산에 착수할 수 있으니 공군의 전력 공백을 근본적으로 방지한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지 않고 군을 절름발이 상태로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KF-X 개발에 착수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는 모든 선행 조치가 완료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