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군제 지휘구조 개편은 탁상공론
이 한 호
전 공군참모총장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군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은 합참의장에게 합동군사령관 기능을 부여하고 각군 본부와 작전사령부를 통합해 합동참모의장에 소속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한 사람의 지휘관에게 육·해·공 3군을 모두 소속시키고 군령권은 물론 일부 군정권까지 행사하게 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통합군제를 도입하는 셈이다. 물론 국방부는 통합군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합동군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어느 선진국도 한 사람의 지휘관에게 3군을 소속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볼 때 국방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통합군제는 문제가 많은 방식이다.
첫째, 합참의장에게 군의 모든 권력을 집중시키면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원칙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에선 우리나라처럼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국민의 정치의식이 높은 나라에서 쿠데타를 염려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몇십 년에 한 번 있을 정도의 국가적 위기상황을 가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문민 국방장관과 군권을 모두 장악한 합참의장의 군사력 운용에 관한 의견이 갈릴 경우 합참의장에 의해 군사력이 오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합참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면 지휘통제 범위가 과다해져 작전에 대한 집중력이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2015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으면 한미연합사령부의 업무를 그대로 우리 합참이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합참은 독자적으로 전쟁계획을 수립하거나 전쟁을 치러본 경험이 없다. 따라서 전작권 이양 뒤 합참은 전시계획수립 능력과 전쟁수행 능력 향상에 매달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군의 양성과 인사, 군수지원 등 행정업무까지 간여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특히 전쟁연습을 하는 경우만 해도 연합사령관과 각군 작전사령관들은 의자에 앉은 채 눈을 붙이고 간식거리로 끼니를 때워야 할 만큼 바쁘다. 실제 전쟁이 발발한다면 오죽하겠는가.
셋째, 한·미 연합작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전시에 한국군 측 각군 작전사령부와 미군 측 지상·해상·공중 구성군사령부가 연합구성군사령부로 각각 합쳐지고 한미연합사령관이 이 연합구성군사령부들을 작전통제하게 된다. 그런데 각군의 작전사령부를 폐지하면 한국군 측 각군 본부가 미군 측 각 구성군과 연합구성군을 만들어야 한다. 해·공군 연합구성군의 사령관은 미군 중장인데 대장인 우리 총장들이 그 밑에서 부사령관을 맡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각군에 작전본부를 두어 없어진 작전사령관이 하던 일을 맡기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각군 총장 휘하의 작전본부장은 일개 부서장이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지휘권을 행사하는 지휘관이 아니다.
넷째,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미 양국 관계자들은 이미 2005년부터 많은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 우리 군의 구조를 갑자기 바꿔버리면 그간 준비해오던 지휘·통제·통신망을 전부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이를 단기간에 실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이다.
마지막으로 2012년엔 우리나라의 대선과 총선, 미국의 대선, 북한의 강성대국 완성과 핵실험 징후 등 각종 안보 위험요인이 산적해 있다. 이런 시기에 군의 근간을 뒤집어엎는 군 구조 개편을 강행하면 우리 군은 혼란에 빠져 최상의 전투 준비태세를 갖추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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